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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추진 현황 (CBDC의 시범 운영, 기술 실험과 금융 시스템의 미래 변화)

by 돈동산 주인 2025.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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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CBDC 시범 운영 시스템을 설명하는 한국 국기

 

 

전 세계가 디지털화폐 실험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전자화폐가 아닌, 국가 통화정책과 금융 시스템에 깊이 관여하는 이 디지털 원화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한국은행의 CBDC 추진 현황과 그 기술적 기반, 정책적 의의,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CBDC란 무엇이며, 왜 한국은행은 주목하는가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로, 현금의 디지털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CBDC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 때문만은 아닙니다.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현금 사용이 줄고, 민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및 가상자산이 확대되면서, 통화의 공공성·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대응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CBDC는 기존 지급결제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닙니다. 예를 들어,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에게 디지털 통화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현금 없이도 안정적이고 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디지털 긴급 지급’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배경에서 2020년부터 CBDC 파일럿 연구에 착수했고, 이후 시범 사업과 기술 실험을 지속해 왔습니다.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실제 경제에 적용 가능한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은행 CBDC 추진 현황: 단계별 실험과 기술 테스트

한국은행의 CBDC 추진은 세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1단계는 기초 기술 검토와 개념 정립, 2단계는 실제 시스템 기반의 기술 실험, 3단계는 유통 가능성을 검증하는 실증 단계입니다. 현재는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있으며, 민간 기술 기업과 협력하여 모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와 협력해 가상 환경에서 CBDC 발행과 유통을 테스트하는 1차 기술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여기서는 사용자 간 송금, 지급결제, 수취 등 기본 기능에 대한 안정성 검증이 이루어졌으며, 2차 실험에서는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자산과의 연동 가능성, 스마트 계약 기능 적용까지 확장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금융결제원, 시중은행들과 협력하여 유통망 실증을 진행했으며, 이때 가장 중점을 둔 항목은 ‘확장성’과 ‘프라이버시 보호’였습니다. 실제 유통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에서는 거래의 안정성과 속도뿐 아니라, 개인의 금융 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또한 오프라인 환경, 즉 인터넷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결제가 가능한지에 대한 테스트도 병행됐습니다.

최근에는 ‘CBDC 기반 증권형 토큰 결제 시스템’ 연계 가능성도 연구 중이며, 이는 향후 디지털 증권 시장과의 결합을 고려한 중장기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일련의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말~2025년 중순 사이에 정책 방향과 도입 가능성에 대한 중장기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CBDC가 바꿀 금융 시스템의 미래

CBDC는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결제 인프라가 민간 플랫폼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서, 중앙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결제 수단이 추가되면 시스템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둘째, 소액 결제나 실시간 정산이 필요한 서비스(예: 자율주행 택시, IoT 기반 자동 결제 등)와의 연계가 가능해져,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창출될 수 있습니다.

셋째, 통화정책의 실효성 강화입니다. 예를 들어, CBDC를 활용하면 금리 변동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빠르게 유도할 수 있고, 필요시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 지급도 가능해져 ‘디지털 재난지원금’ 같은 새로운 재정 집행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충돌 가능성, 개인정보 보호 문제, 기술적 보안 리스크 등도 함께 제기됩니다. 특히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면서 예금 기반 대출 시스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계층형 모델(중앙은행-은행-사용자)’을 중심으로 설계를 검토 중입니다.

이러한 모든 논의는 단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한 결정임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전자지갑 하나 더 생기는 것’이 아니라, 통화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된 셈입니다.

 

결론: CBDC는 한국 금융의 미래를 가늠하는 실험이다

한국은행의 CBDC 추진은 단기 도입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는 통화 정책, 금융 안정,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는 중장기 전략입니다. 따라서 지금 진행 중인 실험 하나하나가 금융 시스템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앞으로 CBDC가 실제 발행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현금의 디지털 버전’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결제하며, 정부가 어떻게 돈을 풀고 통제할지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한국은행의 실험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고, 향후 몇 년간의 결정이 우리 금융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이제는 기업, 금융기관, 소비자 모두가 이 변화를 함께 이해하고 준비할 시점입니다. 디지털화폐는 미래가 아니라, 곧 현재가 될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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