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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 (리스크 관리, 금리, 투자 전략)

by 돈동산 주인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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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다룬 뉴스 그래픽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산업의 대표적 은행으로 알려졌던 SVB가 파산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은행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금융 시스템이 지닌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SVB 파산 사건을 돌아보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SVB 파산 사건 개요

실리콘밸리은행은 1983년에 설립된 후,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 산업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2020~2021년 팬데믹 기간 동안 풍부한 유동성 환경 덕분에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고, SVB는 이 자금을 대규모 예금으로 끌어모았습니다. 문제는 이 예금들을 안전한 투자처에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SVB는 상당량의 자금을 미국 국채 및 장기 모기지 증권에 투자했는데, 이는 금리가 낮을 때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했지만, 금리가 급등하면서 심각한 평가손실을 초래했습니다.

결국 예금자들은 불안을 느끼고 대규모 인출 사태, 이른바 '뱅크런(Bank Run)'을 촉발시켰습니다. 단 며칠 만에 400억 달러 이상의 예금 인출 요청이 발생하며, SVB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관리 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금리 인상과 자산운용 실패가 부른 위기

SVB 파산의 본질은 금리 리스크와 자산운용 실패에 있습니다. 2022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SVB가 보유하고 있던 장기 채권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지만, 은행은 이 문제를 충분히 대비하거나 적극적으로 헤지(위험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은행의 기본 원리는 '단기 예금을 받아 장기 대출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장기 자산의 평가손이 커지면, 예금자가 대거 인출할 경우 은행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야만 합니다. SVB는 바로 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운이 나쁜 투자'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또한, 고객군의 집중성 문제도 리스크를 키웠습니다. SVB의 고객은 대부분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테크 기업들이었는데, 이들은 시장 불안에 민감하고 예금 인출이 빠른 특성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산업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지 않은 점도 위기의 증폭 요인이 되었습니다.

 

투자자와 기업이 배워야 할 리스크 관리

SVB 사건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첫째, 금리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필수입니다. 투자나 자산운용에 있어 '금리는 언제나 변동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며, 다양한 금리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자산의 유동성을 항상 확보해야 합니다. 수익률만을 쫓아 장기 투자 상품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필요할 때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운영자금을 안전한 자산에 보관해 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셋째, 고객군, 사업군, 자산군 모두 다변화해야 합니다. SVB처럼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 개인 역시 다양한 섹터, 다양한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넷째, '위기 때는 모두가 똑같이 움직인다'는 심리적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뱅크런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중요하지 않게 보였던 리스크가 위기 상황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기업 경영이나 개인 투자 모두에 해당하는 경고입니다.

 

결론: 위기는 반복된다, 철저한 준비만이 답이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금융 시장의 속성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 사건입니다. 경제는 항상 순환하고, 위기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시스템과 전략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리스크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투자자는 과도한 기대 수익률에 현혹되지 않고 안정성과 유동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와 운영전략을 갖추는 것만이 위기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 SVB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성장기에 방심하지 말고, 항상 위기에 대비하라"는 본질적인 교훈을 남겼습니다. 다음 위기는 언제 어디서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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